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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누가 벌레인가? 카프카의 소설 <변신>

by 뽐므 백과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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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웹소설이 드라마 혹은 영화로 재창작되는 예를 볼 수 있습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소설이 영상화되는 걸 보면, 원작이 더 궁금해지고 활자가 영상화되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는데요. 문득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드라마화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장르는...공포가 되겠지요? 1915년에 발표된 소설이지만 지금 읽어도 공감이 많이 되는 카프카의 소설 <변신>을 다시 읽어보고, 정리해보겠습니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

변신 줄거리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 여행 판매원으로 일하던 그레고르 잠자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거대한 벌레로 변한 것을 발견합니다. 놀란 것도 잠시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지만, 곤충이 된 몸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없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한편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방에서 인기척이 없자 걱정됩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레고르가 출근을 하지 않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보낸 지배인이 찾아와 그레고르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겨우 몸을 일으키고 문을 연 그레고르를 본 가족과 지배인은 충격과 공포에 빠집니다.
부모님과 여동생 그레테는 처음에는 그레고르를 보살피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레테가 식사를 가져다 놓고 방 청소를 하고,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거리감이 커집니다.
그레테는 오빠를 위한 음식을 챙기지만 점점 관심을 잃고, 아버지는 아들을 혐오하며 결국 사과를 던져 부상을 입힙니다.
경제력이 없는 그레고르는 가족에게 짐이 된 것입니다.
어느 날, 가족들은 하숙인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레고르가 방에서 나오는 바람에 하숙인들이 놀라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에 펄펄 뛰며 화를 내는 가족 중 그레테가 가장 큰 소리를 지릅니다.
"그레고르는 이제 우리 가족이 아닙니다. 없애야 해요."라고 말이지요. 그날 밤, 지쳐 버린 그레고르는 자신이 벌레보다 못한, 아무 쓸데없는 존재라는 걸 깨닫고 조용히, 쓸쓸하게 죽음을 맞습니다. 아침이 되자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확인하고도 놀라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파출부에게 시체를 치우게 합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걸음과 생기 있는 미소를 띤 그레테와 가족들은 짐을 벗어버린 홀가분함을 안고  교외로 나들이를 나섭니다. 
 

변신의 등장인물

  •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 주인공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헌신하는 영업사원입니다. 벌레로 변한 후에도 가족을 걱정합니다.
  • 그레테 잠자(Grete Samsa): 그레고르의 여동생으로, 초기에는 오빠를 돌보지만 점차 부담스러워합니다.
  • 헤르만 잠자(Herrmann Samsa): 그레고르의 아버지로, 아들의 변신 이후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이며 적대시합니다.
  • 어머니(Mrs. Samsa): 그레고르의 어머니로, 아들의 변신에 충격을 받지만 원래대로 돌아올거라 생각합니다.

변신의 명대사

그레고르 잠자 (Gregor Samsa)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What has happened to me?)"
➡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사실을 깨닫고 처음으로 내뱉는 말입니다. 존재와 정체성의 혼란을 보여 줍니다. 
 
그레테 잠자 (Grete Samsa)
"우리는 그를 없애야 해요. (We must get rid of him.)"
➡ 동생인 그레테가 그레고르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버리는 순간을 보여 줍니다. 
 
아버지 (Mr. Samsa)
"이제야 다시 평온을 찾을 수 있겠군. (Now we can finally live in peace again.)"
➡ 그레고르가 죽은 후, 그레고르를 가족이 아닌 짐으로 여긴 부모의 태도를 잘 보여 줍니다. 
 
어머니 (Mrs. Samsa)
"제발 그만해요! 우리 아들이잖아요!(Stop it! He is our son!)"
➡ 어머니는 처음에는 그레고르를 변함없이 아들로 받아들이려 하지만, 결국 벌레로 변한 외모, 경제력이 없는 현실에 가족들과 같은 태도로 아들을 외면합니다. 이 대사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아들을 인간으로 인정하는 순간을 보여 줍니다.

사과와 액자

이 소설을 읽은 뒤, 기억에 남는 단어가 바로 사과와 액자였습니다. 그레고르가  지키고 싶어했던 액자,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과. 이 두 단어를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사과의 의미

그레고르의 아버지는 그를 혐오하며 사과를 던져 공격합니다. 이때 사과 하나가 그의 등에 깊이 박혀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이후 건강을 악화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 죄와 처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어 가족에게 짐이 된 후 ‘벌’을 받습니다.
  • 부모의 권위와 폭력: 아버지가 던진 사과는 가족의 보호자에서 적으로 변한 존재를 상징하며, 부자간의 단절을 나타냅니다.
  • 죽음의 서막: 사과가 등에 박힌 그레고르는 점점 쇠약해지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액자의 의미

그레고르의 방에는 모피를 두른 여인의 사진이 든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변신 후에도 그는 이 액자만은 지키려 하지요. 여동생이 그의 방에서 물건을 치우려 할 때 액자만은 남겨둡니다.

  • 인간성이 남아 있는 마지막 흔적: 벌레로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과거의 사람이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액자는 그가 인간으로서 가졌던 감정과 욕망을 말합니다.
  • 소유와 정체성: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물건을 정리하며 짐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이 액자만큼은 빼앗기지 않으려 합니다. 이 모습을 통해 사회적 역할과 개인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집착을 보여 줍니다.

변신의 작가 소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년 7월 3일 ~ 1924년 6월 3일)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라하에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그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엄격하고 권위적인 인물인데, 이후 카프카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카프카는 1906년 프라하 카렐 대학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면서도 창작 활동을 했습니다. 1917년 결핵 진단을 받고 1922년 회사를 그만둔 뒤 1924년 빈 근교의 요양소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소외, 관료주의의 부조리 등을 다루며, '소송(Der Process)', '성(Das Schloss)'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카프카의 작품은 그의 죽은 뒤, 친구 막스 브로트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작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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