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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성장소설의 고전, 소설 홍당무

by 뽐므 백과 2024.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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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태명으로 부르거나 애칭으로 부른다면

넌 엄마에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여서 이름보다 태명이나 애칭으로 부르고 싶구나.’ 혹은 태명이나 애칭이 이제 입에 붙었어.’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모를 놀리는 별명으로 내내 불린다면, 그것도 엄마에게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절망스러울 거 같아요. 얼마 전 다시 읽은 소설 홍당무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남자아이는 내내 이름으로 서술되지 않고, 시종일관 홍당무로 불립니다. 온 가족에게 말이지요. 책을 덮을 때 작가가 살짝 원망스러웠어요. ‘그래서 이름이 뭔데? 끝까지 알려주지를 않네. 작가마저도.’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족의 사랑을 받기 위해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홍당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홍당무 등장인물

  • 홍당무 :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빨간색 머리카락과 주근깨 투성이인 얼굴 때문에 홍당무로 불립니다. 르피크 씨네 막내아들로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때로는 변함없는 어머니의 구박을 대범하게 넘기기도 합니다.
  • 르피크 부인 : 홍당무의 어머니입니다. 변덕이 심하고 심술궂고 까다롭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잘 내고 수다스럽지만 농담은 하지 않는 냉정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다른 자식들에 비해 유독 홍당무를 차별하고 학대합니다.
  • 르피크씨 : 홍당무의 아버지입니다. 평소 말이 적고 무뚝뚝합니다. 가족들에게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습니다. 자식들을 공평하게 사랑하려고 하지만 속 깊은 사정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가끔 홍당무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합니다.
  • 펠릭스 : 홍당무의 형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합니다. 겁 많고 게으르며 궂은일은 홍당무에게 떠넘깁니다.
  • 에르네스틴 : 홍당무의 누나입니다. 가족들 중 유일하게 홍당무 편에 서고 귀여워합니다. 눈치가 빨라 집안일을 잘 돕지만 겁이 많으며 고자질을 잘합니다.  

홍당무 명대사

  • 홍당무 : 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가장 힘든 거 알아. ("I know being ignored by others is the hardest thing.")
  • 어머니 : 가정은 나의 보호자가 아니라 나의 감옥이야.("Home is not my shelter but my prison.")
  • 아버지 : 너는 여자가 되어야 했어. ("You should have been a girl.")
  • 펠릭스 : 넌 그냥 큰 추한 당근이야! (“You're just a big ugly carrot!")
  • 에르네스틴 : 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야. ("Poil de Carotte, you're my favorite brother.")

홍당무 줄거리

홍당무의 엄마는 막내아들의 붉은 머리카락과 주근깨 많은 얼굴을 놀리며 홍당무라고 부릅니다.

엄마는 홍당무에게 한밤중에 닭장 문을 닫으라고 시키고는 칭찬을 하거나 고마워하지 않습니다.

홍당무에게만 모든 심부름을 시키고, 다른 자녀들에게는 키스를 해 주면서 홍당무에게는 키스를 하지 않습니다. 홍당무는 두렵고 무섭지만 엄마가 시키는 일은 반항하지 않고 하면서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형 펠릭스는 집안의 귀찮은 일은 모두 홍당무에게 떠넘깁니다. 자신보다 어린 점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꾀를 내어 홍당무를 속이기도 하고, 자신이 저지른 일을 슬쩍 떠넘기기도 합니다. 아빠와 함께 나선 사냥에서, 아빠는 둘이서 총을 같이 사용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펠릭스는 홍당무에게 총 드는 일을 시키고, 사냥은 자기만 합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아빠는 펠릭스가 총을 들고 있자, 형과 함께 총을 나눠 쓰지 않았다고 오해합니다.

또한 땅을 팔 때 쇠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다가, 나무 곡괭이로 일을 돕던 홍당무를 다치게 합니다. 그러고는 도리어 기절을 합니다. 가족들은 머리에 상처가 나 피를 흘리는 홍당무보다 기절을 한 펠릭스를 챙깁니다.

 

누나인 에르네스틴은 홍당무에게 옷을 입혀주고 돌봐줍니다. 하지만 형, 엄마와 함께 홍당무 놀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집안일을 하던 늙은 하인인 오노린이 불쌍했지만, 엄마가 오노린을 내쫓고 싶어 해서 할 수 없이 도와줍니다. 엄마보다 대화가 되는 아빠에게 편지에 시를 써서 보내지만 아빠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홍당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사람은 대부입니다. 대부라 불리는 아저씨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을 때 종교 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 위해 정하는 어른을 말합니다. 그는 홍당무가 어린 시절 자신의 잘못으로 물에 빠진 일을 회상하며 미안해합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홍당무를 괴롭히는 것을 알고 안타까워합니다. 홍당무는 자신을 알아주는 대부에게 어릴 적 일을 미안해하지 말라며 오히려 위로해 줍니다.

엄마의 학대와 형, 누나의 놀림을 참지 못한 홍당무는 방앗간에 가서 버터를 사 오라는 엄마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반항합니다. 이 일로 엄마는 가족들을 모두 불러 홍당무의 잘못을 널리 알리고 크게 화를 냅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엄마가 자신을 싫어하며, 자신도 엄마를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독립하겠다고 용기를 내어 말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자신도 엄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고백을 하지요. 이 일로 홍당무는 아빠도 엄마를 싫어하는구나 하고 오히려 자신을 미워하는 엄마와 가족들을 이해하기로 합니다.

 

홍당무 작가와 감상

홍당무는 작가 쥘 르나르의 자전적 이야기로 동화 <못생긴 아기 오리>의 내용에 크게 공감하고, 훗날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홍당무는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가족들이 놀림을 받지만, 항상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궂은일을 하며 지냅니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책을 읽거나 생각하기를 즐기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별다른 이유 없이 자신을 미워하고 학대하는 어머니를 향해 반항을 하며 맞섭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오히려 미워하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맞추려는 노력을 멈춘 것이죠. 아마도 자신의 문제를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면서 극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원망하고 도망가지 않고, 최종적으로 가족을 이해하는 모습은 무척 어른스럽게 보입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하고 미워하던 어머니와 겪었던 일을 1894년 소설로 펴낸 것인데요, 가족 안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외감,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엉뚱한 행동과 생각으로 극복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소설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희곡,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쥘 르나르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로부터 미움을 받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지으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던 1910 46세에 파리에서 병으로 사망합니다. 그가 사망한 1928년에 펴낸 작품 <일기>는 작가의 진실함과 신념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인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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